전부터 나는 한복이랑 예물은 시어머니가 고르는 영역이니 괜히 토달지 말자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 맘에 안드는 한복이지만 별 군소리 없이 토달지 않고 있었다.
비록 두루마기 벗고 입은 사진은 올리지도 못할 정도로 맘에 안드는 저고리로 나왔지만,
어차피 당의나 배자 예쁜거 입으면 된다 라고 생각해서 그냥 맘 편히 있었다.
어차피 내가 한복 입고 다닐 일도 없고.

촬영은 20일 수요일.
16일과 17일에도 나는 분당 어귀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으므로, 또다시 분당 가기는 귀찮아서
문옥란 한복연구원에 전화를 했었다. 당의 빌려 가도 되냐고.
그랬더니 치마 일찍 가져가면 구겨지고 보관이 어렵다고 19일에 오란다.
뭐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고 19일, 정말 칼퇴근 하고 분당으로 쌩하고 날아갔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갔는데 원장은 자리에 없어 한참을 문밖에 서서 기다렸다.

그러나, 내가 만난 당의는, 완전 촌스러운 상궁 당의.
그리고 배자는 빌려주지도 않고.
그리고 왠 쪽두리;;

대략 이 비슷한 느낌

아, 그 집 촌스러운 줄 알았지만 이따위 당의를 입으라니 정말...
정말 아연실색 그자체였다.

빨리 정자동 예쁜 한복 대여집으로 날아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시각은 많이 늦은 8시.

정자동으로 쌩하고 다시 날라갔지만 불은 들어와있는데 문이 닫혀있다.
'여기서 많이 머세요?' 하니 '애들 때문에 못나가요' 한다.
dp 되어 있는 배자가 이쁘길래 그냥 내일 남친에게 이거 빌려오라고 할려고 가격 문의할려고
다시 걸었더니 아예 전화를 끊어버린다.

정말 너무너무 속이 타서 완전 진짜 엉엉 하고 울어버렸다.
-- 우선 이미 8시이고, 서울 가면 빨리 가야 8시반, 이 시간에 어떤 한복대여집에서 빌리나 싶고,
-- 차라리 주말에 빌려주지 왜 오늘만 빌려준다고 해서 왜 남의 한복사진을 다 망치나 싶고,
-- 남 부끄러워서 보여주지도 못할 옷 만들면서 그러면서 오죽 잘난척은 하는지, 또 얼마나 비싼지..
정말 시어머님이 아는 곳에서 하는 것이 얼마나 맘 상하는 일인가를 내내 들었지만 정말 속이 상해도 보통 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진짜 울면서 울면서 서울로 향했다.
끊임없이 114 걸면서 한복대여집 아무데나 가르쳐달라고 해서 전화걸기를 여러번.
이미 그 시간에 대부분의 한복대여집은 다 문을 닫아버려서 어떻게 수습하기가 어려운것이다.
운전하면서 전화를 한 30군데 걸어본 결과, 드디어 한 곳 발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의 한복집에 연결이 될 수 있었다!
정말 심하게 밟아가면서 '저 갈테니 꼭 기다려주세요' 애원하면서 열심히 도착하여 빌린 바로 이 당의.



대치동 은마아파트 2층에 있는 이 한복대여점은 정말 친절하시다.
정말 늦게 도착 - 9시 30분 -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잘 말씀해주시고,
내가 같이 가져간 저고리와 치마도 다 다려주시고 이렇게 입어라 저렇게 입어라 말씀해주시고..

허나, 문제는 배자는 별로 안예뻤다는 점.
먼저 전화로 당의랑 배자랑 빌리기로 약조를 했기 때문에 배자 가격 까지 냈지만,  (당의 5만원+배자2만원) 그래도 모든 결혼에 완벽을 기하는 내 입장에는 조금 속상한 60대 스타일 배자였다.

그래서 우선 당의는 빌렸으니까.. 라며 밑져야 본전 찾는 입장에서
일찍 자야 하는 촬영 전날임에도 새벽 4시까지 인터넷 웹사이트를 뒤적이며 한복대여점을 찾았다.
그래서 빌린 한옷사랑의 배자 (35,000원)

                                                아 나 쪽머리 열라 안어울리네.

다음날 아침 오빠가 대신 빌려다 주면서 이 역시 해결했다.

진짜 엄한 한복집 때문에 생고생 했네 흐흐흐흐.


Posted by europa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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