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전화로 법썩 떤 끝에
오빠의 프로포즈 계획을 내가 알아채버려서;;;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오빠에게 티파니 반지를 사달라고 졸라댔었다.

티파니 반지를 사달라는게,
내가 사치스러워서는 절대로 아니고.
어차피 나는 소위 매우 껄렁한 웹 기획자.
언제나 캐쥬얼 / 절대 꾸미지 않음 / 장신구 싫어함 기타 등등이라.

소위 요즘 신부들이 기본으로 받는다는
5부 다이아세트 + 진주 세트 + 커플링 이 공식이 참 싫은거라.
굳이 하고 다니지도 않을 목걸이와 반지를 받으면서 돈을 많이 쓸 필요는 없는거 아닌가.

그러나 너무 안받으면 우리 엄마가 딸 시집 보내는데 섭섭하실 수도 있고,
어머님도 며느리가 예물을 안받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실수도 있기 때문에
딱 하고 다닐 반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좋은 걸로.
(다이아 박히지 않은 티파니의 그냥 민짜 웨딩링은 반지세트보다 훨씬 훨씬 싸다.)
명품 반지로 받으면 우리 엄마나 어머님이나 좀 마음이 더 편하시지 않을까 하여-.
그리고 나도 누가 '겨우 반지 하나 받았니?' 막 여자들의 무시하는 시선에 (분명 이럴 친구가 내 주변에 한명 있다) '그래도 신부들의 로망 티파니야' 라고 으쓱 댈 수 있고.
그리고 나는 어머님이 해주시는 예물반지보다 오빠가 청혼하면서 주는 반지가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반지에만 의미를 두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여기까지는 합의가 됐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며칠전 누나랑 상담하고 오더니, 오빠 왈.
아무리 그래도 청혼때 반지로 땡이라고 어머님이 주시는 예물반지 안받으면
시댁에 경우 없는 걸로 비춰질 수 있다고 결혼반지, 청혼반지 따로 하잔다.

뭐 그럴수도 있겠다 싶기도 해서
먼저 오빠가 어머님께 얘기해서 어머님이 먼저 예물주시는 형식으로 해서 청혼반지를 사던가..
아니면 어머님 설득하기 어려우면 프로포즈는 5만원짜리 커플링으로 하자고 하니까.

오빠가 또 법썩이다.
도대체 소박하고 합리적인 여친을 만나서 고맙다고 넙죽 절해야 할지,
너무 경우 없다고 당황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렇게는 안할꺼라고 자기 맘이라고 투덜투덜.

나는 청혼반지 말고 결혼반지 또 받으면 왜 내가 티파니 반지 사달라고 무리하게 얘기하겠냐고.
내가 티파니를 받고 싶은게 목적이 아니라, 쓸데 없는데 돈을 쓰지 말자는게 목적인데
그러니까 5만원짜리로 하자고, 어차피 상징이 중요한거 아니냐고 궁시렁궁시렁.

그래서 계속 투닥투닥 하고 싸웠다.


결국 여자친구는 비싼거 안받겠다고 우기고,
남자친구는 그렇게는 못받겠다고 우기는 이상한 형국.




허례허식 없는 정말 실속있는 결혼을 해서
내 돈으로 다 방어하면서 결혼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일찍부터 정보 알아보고 조사하고 그랬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이래저래 그 꿈은 힘든건가.

결혼이라는게 신랑 신부가 서로 알아서 좋게 좋게 가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가능한 최대한 신랑 신부 본인의 돈으로 결혼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참 부모님 위주의 결혼이다 보니까 부모님 생각부터 먼저해야 한다.
쩌어어어어업. 쩝쩝쩝.
Posted by europa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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